가족

어머님의 유모차

노을빛 고운창 2008. 9. 18. 19:20

 

 

우리집 현관 모퉁이에 유모차가 자리하고 있다

손주가 있냐구요? 아직 쌩뚱 맞을 소리랍니다

시어머님의 유모차 입니다

점심때가 지나 오후2시면 네바퀴 파란색 유모차가 제 역할을 기다린답니다

아기가 앉아 있을 공간에는 덮개가 푹 덮힌채 간혹 친구분들과 먹을 간식거리가

담겨져 있기도 하지요( 요구르트,  빵, 가끔 과일도)

제법 가을빛이 도는 그러나 늦더위 햇빛이 따가운 주차장을 가로 질러

네바퀴 파란 유모차에 의지한 어머님의 걸음걸이가

뒤뚱거리며 나름대로 바삐 공원을 향해 가십니다

창문너머 저만치 멀어져 가는 뒷모습에서 

15년전 언제나 위풍당당 하시고 집안의 기둥이셨던 어머님이 보입니다

 

급작스런 뇌경색으로 쓰러지셔서 그뒤로 손과 다리 어눌한 말 등

예전의 모습을 �을수 없었고 점점 힘없고 병약한 모습으로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었지요

그러나 한웅큼이나 되는 약 과 자꾸만 약해져가는 정신력과

싸움하시며 지금 그대로 저만큼 호전? 되신것이

다행이라 여깁니다

당신의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년전 힘들게 힘들게 걸어 다니시다가

(하루도 공원 가시는걸 게을리 하지 않으신다)

동네 재활용 버리는곳에서 주워 왔다고

제법 쓸만한 유모차를 내밀으시며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아기 같으셨었다

 

이젠 분신처럼 어머님을 지켜준다.  네바퀴 파란색유모차가.

어두운 그림자는 이제 지나간 세월에

묻어두고 언제나 지금처럼만 더 아파 하시지 않도록

밝은 미래를 실어다 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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