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미나리

노을빛 고운창 2010. 5. 13. 06:38

 

 

미나리를 씻으며

 

 

씽크대 가득 차거운 물에

 가늘고 긴 허리 초록춤사위가 싱그럽다

 상큼한 봄향기가 물든다 젖은 손끝으로

 

등돌려 기억 저편 

화창한 햇살 가득한 마당에서

거머리 골라내고 질긴대가리 떼어내고

봄내음 온 몸에 젖시며

봄을 다듬고 생각을 다듬고

지금의 나보다 젊었던 어머니 어머니

 

댕강댕강 여린줄기 잘라 김치담고

순하게 생긴 둥근잎파리들

부침옷 입혀서 노릇노릇

 

 사랑을 먹던 그 시절이 

입안가득 초록향 되어 맴돈다

  

 

 

 

 

 

                                                       2010년,5월13일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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