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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먼 수수밭을 지난다

노을빛 고운창 2010. 8. 10. 17:51

 

 

 

마음이 먼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장 더 얹어 뒤란을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다 있다

개밥바라기 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 본다

세상을 내려 놓고는 길 한쪽도 볼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오고

바람이 자꾸 등짝을 때리고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몇 번 머리를 흔들고

산 속의 산 산 위의 산을 본다

산은 올려다 보인다

저기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 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 가라고 그래야 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간다

바짝 정신이 든다

이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수가 없다 산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천불산 (天佛山)이

몸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맘속 수수밭이 환해진다

 

(천 양희 시인님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