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시, 글

천천히 와

노을빛 고운창 2010. 10. 26. 10:45

 

천천히 와

 

 

천천히 와

천천히 와

와, 뒤에서 한참이나 귀울림이 가시지 않는

천천히 와

상기도 어서 오라는말, 천천히 와

호된 역설의 그말, 천천히 와

오고 있는 사람을 위하여

기다리는 사람이 전해준 말

천천히 와

오는사람의 시간까지, 그가

견디고 와야 할 후미진 고갯길과 가쁜 숨결마져도

자신이 감당하리라는 아픈말

천천히 와

아무에게는 하지 않았을, 너를 향해서만

나지막이 들려준 말

천천히 와

 

 

                                                  정윤찬 시인님의 시  (중앙일보 "시가있는 아침"에서 퍼옴)

 

 

* 천천히와, 보고싶은마음에 버선발로 뛰쳐나온 '

와'를 슬쩍 뒤에서 잡아 당기며

호되게 단속을 시키는 말, '천천히'는 기도다.

 후미진 고갯길과 가쁜 숨결 걱정에 그리움에

돌을 얹고 기다리는 지극한 자세다

그 앞에 켜놓은 촛불 같은 말, 정화수 같은말, 흔하게 주고 받는

말 한마디에 이토록 저린 뜻이 숨어 있구나. 

 (손택수 시인님의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