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붉은 제라늄

노을빛 고운창 2013. 8. 13. 11:37

 

 

 

작년 가을  집에 오는 도중  큰길 옆 화원앞에

색색이 핀 제라늄에 반해서 특히 타는듯 붉은 색깔의 그놈에게 ....

그래서 조그마한 화분에 담긴 그놈을 업어 왔어요

아무것도 안 보고 그저 색깔 하나만 보았어요

약한 몸으로 베란다에서 겨울을 났어요

부실한 몸을 다 드러내더니 앙상한 몸줄기만 남더라구요

죽었나보다 하구 한옆으로 비켜 놓았어요

 

봄이오구 집앞 은행나무도 잎이 돋구

소나무도 더 싱싱하게 새잎을 내는데 거기에 눈을 팔려

그 놈을 잊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앙상한 그놈이 화분대 위에 올려 있는거예요

그리고 아침마다 흥건한 물을 준 흔적이 있구요

 

긴 봄날은 가고 다투듯이 꽃들은 피고지고 하는데

그제사 새순을 내던 그녀석 "나 여기 살아 있어요" 하데요

장마가 오고 비바람이 쳐도 꿋꿋하게 올라오는 그 질긴 생명력!

잎사귀가 점점 도툼해지고

오그리고 있던 봉우리가 열리고 타는 태양아래

붉은 그놈이 활짝 웃고 있었어요 

베란다 안에서 핀 분홍 제라늄보다  밖에 걸려 있는 화분대위에

그놈이 훨씬 실하고 짙은 빨간색이 눈부시네요

 

 

화분대 위에서 빛을 내는 제라늄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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