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참으로 더디 더이다
노을빛 고운창
2019. 7. 23. 11:00
정월에 무전여행을 다녀 왔다
새로산 운동화를 신고
낯선동네를 물어 물어 걸으며
외로움과 동행 했었다
2박3일 다녀와
양쪽 엄지발톱이 들떠 흔들거렸다
며칠 치료를 하고 딱지가 아물고
아린 통증도 무디어 갔지만
검은 멍이 짙게 들었다
흉측한 그빛깔이
내내 가슴속 찌꺼기 인양
보기 싫었다
새싹이 돋고 꽃이 피어나고
신록이 눈부셔도
그 좋은 봄날을 보여주지 않았다
양말속에
여전히 거무주죽한 죽음만 서려 있을뿐
장마가 시작되고 여름 한가운데 칠월
발톱이 자라면서
죽음도 잘려 나갔다
차츰 하얀 반달이 죽음을 밀어내고 있었다
저 뽀송한 아기피부같은 살결이 신비했다
반반의 공존 그러나 희망이 절망을 이기겠지
얼마 남지 않은 완전한 보름달을 꿈꾸며
그래서 웃을수 있었다
참으로 더딘 상처의 치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