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나는 기억합니다
노을빛 고운창
2020. 1. 9. 23:38
나는 기억합니다
겨울날 햇살 깊숙이 들어 오는
윗풍 쎈 서향집 안방에 누워 바라보았던
미닫이 창호문에 이쁘고 따스했던
노란국화꽃잎과 국화잎파리를
기억합니다
눈이 소복이 쌓인 이른새벽
아래뜸 큰댁에 설쇠러 가는길에
엄마는 막내 업으시고 올망졸망 사남매
아버지의 큰 발자욱따라
종종 걸어가던 푸르고 하얀눈길을
아랫채 이예언니네 나즈막한 돌담에
오뉴월 더위에 풀죽은 호박잎들 사이
노란호박꽃만 기세등등 한데
막 메달린 여린 호박만 똑똑 따다
소꿉놀이 하던 뒤란 흙마당을
둑방 따라 집으로 신나게 달려오면
책가방 던지고 엄마찾아 도랑가에
맑은물 따라 갑니다
등에 막냇동생 업으시고 힘찬 손놀림으로
빨래를 하십니다
땅에 닿을듯 말듯 막내의 귀여운 발을
기억합니다
밤하늘의 별들만큼 무수히 많은 일들을
기억합니다
참 다행입니다
아름다운 별들로 반짝이게 해주셔서
어머니 감사합니다
친정어머니와 어느카페에서
* 이예언니네 : 우리집 옆집 언니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