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봄 길

노을빛 고운창 2021. 4. 19. 18:11

벚꽃이 진  문의 소전리 가는 길

 

구비구비 산길을 돌아들 때마다

모두 달려 나와 반기는 듯

가슴을 일렁이게 하는 연둣빛 물결들

 

늙은 가슴 어느새

바람에 누워버린 길가 풀잎이 되고

바람을 어루만지는 여린 이파리가 된다

 

미루나무 잎새 반짝이는 산마루에서

까마득한 저 아래 산동네를

첩첩이 포갠 산 능선을

한 꺼풀씩 벗겨가며

 

처음 마주한 낯선 곳 낯선 길을

시나브로 꿈길을 가듯이

보드라운 유년의 고향길을 가듯이

 

봄 길은 그러나 아득히 멀다

 

 

 

소전리 가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