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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유진의 시 읽기> 마누라 음식 간보기 / 임보퍼온시, 글 2009. 12. 1. 06:11
☛시가 있는 풍경 (서울일보 ) 2009.9.23.(수요일)자
詩가 있는 풍경
마누라 음식 간보기
임보
아내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 때마다
내 앞에 가져와 한 숟갈 내밀며 간을 보라 한다
그러면
"음, 마침맞구먼, 맛있네!"
이것이 요즈음 내가 터득한 정답이다.
물론,
때로는 좀 간간하기도 하고
좀 싱겁기도 할 때가 없지 않지만
만일 "좀 간간한 것 같은데" 하면
아내가 한 입 자셔 보고 나서
"뭣이 간간허요? 밥에다 자시면 딱 쓰것구만!' 하신다.
만일
"좀 삼삼헌디" 하면 또 아내가 한 입 자셔 보고 나서
"짜면 건강에 해롭다요. 싱겁게 드시시오." 하시니
할 말이 없다.
내가 얼마나 멍청한고?
아내 음식 간 맞추는 데 평생이 걸렸으니
정답은
"참 맛있네!"인데
그 쉬운 것도 모르고….
◆시 읽기◆
부부(夫婦)란 남편과 아내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부부를 속되게 이르는 방언으로 가시버시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아내를 존중하고 아끼는 남편을 애처가라고 하며, 아내를 두려워하고 어렵게 여기는 남편을 공처가라 부른다.
夫婦나 가시버시나 두 사람을 공동으로 묶은 말일진대 애처가면 어떻고 공처가면 어떤가. 각자의 인격을 존중하며 가정을 잘 꾸려 가는 것이 부부의 길이다.
남녀 사랑의 결실이 결혼이라면, 부부의 사랑은 서로의 모자라는 점을 보완해주고, 사람의 도리를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인격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부부가 서로 닮아가는 모습도 공통의 이해와 인격교류의 결과일 것이다.
"참 맛있네!" 그 쉬운 정답을 알아내는데 평생을 걸렸다고 하는 시인의 인품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마주 보는 사이가 아니라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며, 평생 동안 서로의 본분을 다해 온 부부의 인격존중인 것이다.
이혼이 많아진 현대 사회에서 '마누라 음식 간보기'라는 한편의 시는 가장 절대적인 반려자에게 이기려 들지 말라는 확실한 교훈을 일러주고 있다.
비단 부부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격의 도를 깨닫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
출처 : 시어머니와며느리글쓴이 : 유진- 원글보기메모 :'퍼온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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