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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안도현의 화암사 내사랑퍼온시, 글 2016. 7. 6. 14:01
화암사 내사랑
안 도현 시인
인간 세(世)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 하는지 턱 돌아 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 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 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쫒기어 산속으로 도망가는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 먹을때 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구름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채
그 절집 안으로 발을 들여 놓는 순간
그 절집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가는
불병산 능선 한 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였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빛이
화암사 안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상의 뒤를 그저 쫒아 다니기만 하였습니다
화암사 내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이 시에 등장하는 완주의 화암사에 가고프네요
그래서 옮겨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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