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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성질 급한 친구가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다가와 어느새 떠날 준비를 합니다
보내기 아쉬워 풀벌레 마냥 밤새 울어 보기도 했답니다
그친구는 참 대단합니다
높은하늘 알맞은 해길이로
떫은열매 골고루 익게 하고 단맛을 스미게도 합니다
적당한 수분조절로
푸른옷에 오색옷을 입히더니 이제 떨굴 차례를 기다립니다
화려함에 탄성을 지르게도 하고 가슴저리게 슬프게도 합니다
모든걸 내 주고 다 거두워 가려 합니다
스치는 향기와 바람 만이라도 잡고 싶지만
홀연히 떠나려 합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잊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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