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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허드레
허드레
빨랫줄을
높이 들어올리는
가을하늘
늦비
올까말까
가을걷이
들판을
도르래
도르래 소리로
날아오른 기러기떼
허드레
빨랫줄에
빨래를 걷어가는
분주한 저물녘
먼
어머니
서 정춘시인님의 시
* 빨랫줄을 높이 들어올리기 위해 시행마저 장대를 닮고 말았다.
그런데, 이파리와 가지를 다 쳐내고 뼈만 앙상한 장대와 달리 시행 마디마디에서 금방이라도 새잎이 돋아날 듯하다.
낡고 허름한 것을 뜻하는 우리말 '허드레'가 '도르래'를 만나 빛나는 대목을 보라.
여기엔 낡은 빨래일 망정 정성스럽게 말리고 거두는 나날살이의 엄정한 삶이 있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허드레'와 같은 삶을 들어 올리는 '도르래'소리를 통해 시인은 가을하늘 높이 그리움을 들어 올린다.
그 간결한 그리움을 가능한 한 가장 절제된 말로 엮었다.
읽다 보면 절제란 것이 무엇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넘치는 말을 깎고 깍아서 깊게 품는것임을 알게 된다.
(손택수 시인님의 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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