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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진 문의 소전리 가는 길
구비구비 산길을 돌아들 때마다
모두 달려 나와 반기는 듯
가슴을 일렁이게 하는 연둣빛 물결들
늙은 가슴 어느새
바람에 누워버린 길가 풀잎이 되고
바람을 어루만지는 여린 이파리가 된다
미루나무 잎새 반짝이는 산마루에서
까마득한 저 아래 산동네를
첩첩이 포갠 산 능선을
한 꺼풀씩 벗겨가며
처음 마주한 낯선 곳 낯선 길을
시나브로 꿈길을 가듯이
보드라운 유년의 고향길을 가듯이
봄 길은 그러나 아득히 멀다
소전리 가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