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눈이 내릴 무렵 이면
아주 칼바람으로 춥지도 않고 을씨년스럽게
으슬으슬 감질나게 추위를 느낀다
이때쯤이면 하늘은 회색으로 낮게 드리운다
기다리던 반가운 손님이 올것 같은 예감에 맞게
눈꽃송이가 춤추며 너울거린다
땅에 닿기도 전에 황급히 사라지지만...
첫눈 내리는날 주방창가에서
손녀가 만든 초록꼬깔을 쓰시고...
83년 12월 큰외손주 태어나고
산후조리하러 오셨다
밤낮이 바뀐 아기돌보랴
찬물로 기저귀빨래며
새벽출근 하는 사위 식사 챙기랴
눈꼬뜰새 없이 동동 거리시다가
삼일만에 생신을 맞으셨다
큰딸이 먹는 산후조리 미역국을
웃방에 쪼그리고 앉아 황급히 드시던
조그만 엄마의 등이 지금까지도 안쓰럽게 기억된다
그해 부산에 드문 첫눈이 소복이 내렸었다.
난 첫눈 올 무렵의 그계절을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두사람이 태어난 겨울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식에서 신부를 울린 노래 (0) 2012.03.08 봄이 오는 마암리 에서 (0) 2011.04.23 슬픈 여행 (0) 2010.06.27 "시"를 보고 나서 (0) 2010.05.20 이 나이에 무엇을 한다는 것은? (0) 2010.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