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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보고 나서이야기 2010. 5. 20. 00:17
봄비가 참 이쁘게 내리는 날이다
너무 세지도 약하지도 않게 알맞게 창문을 두드린다 마치 내마음을 두드리듯이.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이창동감독 윤정희 주연의 "시" 는 누구하고도 같이 볼 생각이 없었다
영화관에 상영시간을 알아보고 바로 집을 나섰다
평일날 오후라 그런지 아니 지루할것같은 예술적 영화라 그런지 십여명만이 자리를잡은채
영화는 시작되었다
예고편을 수없이 보고 줄거리도 어느정도 파악하고 왔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보려 애를 썼다
그러나 안그랬어도 될 정도로 두시간 십분이 어찌 지나 갔는지 모르게 푹 빠져서 보았다
화면 가득히 주인공 미자할머니? 모습은 처연하도록 순수했다
아름다움만을 보고 그것을 시를 통해 추구해 보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따라 주지 못했다.
기초생활수급자에 간병인일을 하며 근근히 산다 절망적인 알츠하이머 병까지...
따로 사는 딸에게 까지 알리지않고 혼자 끌어 앉는 강한 모성애가 깔려있다
삐둘어진 손자를 바로 잡아주려한 할머니의 절제된 행동과 내면의 고통들이
고스란히 화면을 통해 가슴에 와 닿는다 저리도록 슬프다
자연의 풍경과 스치는 바람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절망속에서 그토록 쓰고 싶어한 시가 탄생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된 ......
맑은 영혼을 가진 소녀같은 초로의 아름다운 그녀를 세상은 끝내 받아주질 못했다.
사물을 그대로 보지 말고 관찰하라던 시인의 말대로 늘 수첩을 들고 메모하던 주인공
처음이자 마지막 시를 쓰는...
아네스의 노래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 처럼
보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였던 사랑도
서러운 내 알몸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욱에게만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 합니다
아무도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 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길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 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 마지막 주인공의 나레이선으로 낭낭히 읽어내려간 시
끝나고 한동안 멍 하게 앉아 있었다. 아무 생각도 할수가 없었다.
그냥 가슴에서 소리없는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다
부디 칸 영화제 에서 좋은소식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