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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그 산에 오르려 했는데
등산로 입구 에서
하얀입김 호호 불다 말았지
그깟 추위를 우습게 보고
미쳐 준비 못한 아이젠 탓하랴
호기만 앞세우고 몇걸음 떼다가
"여보슈 그냥 오르기는 무리라오 저 위에는
꽝꽝 얼어 꼼짝도 못할거유 포기 하시오"
하얀 눈위에 소롯한 아름다운 저길을
얼어 붙은 눈동자에 가두었다
준비한다는 것은 인고의 기다림
얼어붙어 있는 설픈 딱지를 떼는일
용끓는 밑바닥 물관부를 통해
녹여 내어진
질척거리는 흙길
그 소롯한 길을 걸어 산에 오른다
미끄럽고 불편하지만
아직은 황량하고 스산하여
내세울건 없지만
묵은 나뭇잎 밑에서
푸른 이끼가 내 발걸음을 싱그럽게 한다
* 설픈은 어설픈과 비슷한말
이월 27일 니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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