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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여행 / 박경리
    퍼온시, 글 2018. 12. 28. 09:37





            여행 / 박경리 나는 거의 여행을 하지 않았다 피치못할 일로 외출해야 할때도 그 전날부터 어수선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릴적에는 나다니기를 싫어한 나를 구멍지기라하며 어머니는 꾸중했다 바깥 세상이 두려웠는지 낯설어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나도 남 못지 않은 나그네였다 내 방식대로 진종일 대부분의 시간 혼자서 여행을 했다 꿈속에서도 여행을 했고 서산 바라보면서도 여행을 했고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면서도 서억서억 톱이 움직이며 나무의 살갗이 찢기는 것을, 그럴 때도 여행을 했고 밭을 맬 때도 설거지를 할때도 여행을 했다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혹은 배를 타고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보다 은밀하게 내면으로 내면으로 촘촘하고 섬세했으며 다양하고 풍성했다 행선지도 있었고 귀착지도 있었다 바이칼 호수도 있었으며 밤하늘의 별이 크다는 사하라 사막 작가이기도 했던 어떤 여자가 사막을 건너면서 신의 계시를 받아 메테르니히와 러시아 황제 사이를 오가며 신성동맹을 주선했다는 사연이 있는 그 큰별이 큰 사막의 밤하늘 히말라야의 짐진 노새와 야크의 슬픈풍경 마음의 여행이든 현실적인 여행이든 사라졌다간 되돌아오기도 하는 기억의 눈보라 안개이며 구름이며 몽환이긴 매일반 다만 내 글 모두가 정처 없던 그 여행기 여행의 기록일 것이다 ........
            출처 : 금강 선원
            글쓴이 : 常明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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