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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딸이 있는 서울에 다녀왔다
날씨가 차가워 질수록 얇은이불을 덮고 자는 딸애가 걱정되어서
겨울이불로 바꾸어 줄려고....
택배로 부치라는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사실 하룻밤 자고 오려면 딸집이 비좁아 남푠은 두고 )
여행자 처럼 케리어하나 끌고 올라 왔다
외출도 좀 어려운 건강상태에서 혼자 보내려니 엄청 걱정 되였던 모양이다
딸애한테 전화하여 터미널로 나오라고 했으니....
암튼 서울공기가 뭐가 탁한가! 톡 쏘는 이 해방감에 상쾌함 마져 든다
재잘대는 딸래미 수다가 재미나고 건강치 못한 엄마 보필한다고
택시로 돌아 다니고 월급 탔다고 한턱 거 하게 쏘는
효심 많은 딸이 있어 마냥 행복할 뿐이였다
(여기까지 였고 돌아 오는 고속버스에서 얼마의 돈을 돌려 주어야 겠다는....
철이 덜난 엄마에서 본래의 엄마의 자리로 돌아 와 있었다)
다음날 딸애 근무지를 돌아 보고 싶다는 내바램대로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또 마을 버스타고 또 하루 등산치 만큼 걸어 올라가는 ...
살 빠지는 이유가 다 있었다. 이사를 시켜야 겠다는 생각 밖에는 나지 않았다
발길을 돌려
그곳에서 가까운 인사동으로 향했다
택시로 안국역에서 내려서 찬바람 도는 겨울인데도
많은 인파에 놀라웠고 그많은 인파중에
외국인들이 많다는것이 가히 인사동 다웠다
추워서 딸애의 팔짱을 끼고 종종 걸음치다가
시상이 문득 떠올라 적어보았다
인사동 거리에서
보도블럭 틈새 언뜻 보이는
찢겨진 노란은행 잎새에
마음을 주다가
동지달 칼바람 휘감아도는
허허로운 찬거리에
서성이다
창크기만한 햇빛을
안고 있는 가계안
옛물건의
포근한 빛에 반한다
지나온 세월의 길이만큼
긴 끈이 연결되어
옛숨결과 함께 살아 숨쉬는 공간에
내 인생의 끈나풀 서리서리
풀어 헤쳐 두고 돌아온다
2008. 11.30 인사동 보릿고개의 추억 식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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