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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를 씻으며
씽크대 가득 차거운 물에
가늘고 긴 허리 초록춤사위가 싱그럽다
상큼한 봄향기가 물든다 젖은 손끝으로
등돌려 기억 저편
화창한 햇살 가득한 마당에서
거머리 골라내고 질긴대가리 떼어내고
봄내음 온 몸에 젖시며
봄을 다듬고 생각을 다듬고
지금의 나보다 젊었던 어머니 어머니
댕강댕강 여린줄기 잘라 김치담고
순하게 생긴 둥근잎파리들
부침옷 입혀서 노릇노릇
사랑을 먹던 그 시절이
입안가득 초록향 되어 맴돈다
2010년,5월13일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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