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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그릇에 담긴 사과2개
사과 한개의 생각은
배불러 친정 다니러 온 또다른 사과에게
칠월의 뙤약볕도 마다 않고 바리바리 먹을거 장봐다
가스불 훌훌 넘실대는 주방에서
맛있게 먹어 주는 기대를 갖고 더위를 삭힌다
또다른 사과는
방학시작과 동시에 볼록한 배에 지 몸무게와 맘먹는 가방을 들고
지가 자란 숲이 무성한 아파트 입구에 들어 서면서 부터 들뜬다
또다른 사과의 짝이 일요일 같이 가자고 했음에도
오붓이 잊고 살았던 사과의 내음을 맡고 싶어서다
거실 대자리 위에서 사과의 다리에 머리를 베고
'날 임신했을때 어땠어? 입덧은 심했어?태몽은 어떻게 꾸었어?"
한이야기 또하고 또 묻고
삼시세끼 식사에 간식에
또다른 사과는
사과의 땀방울 베인 음식을 정성껏 먹는다
어찌된 일인지 먹은거 고스란히 토해낸다
사랑이 과식돼 배속이 요동친다
사과의 맘이 토해 놓은 오물꺼리와 같았다
"그러지마 더위에 쉬지 않고 주방에서 일하는 것이 싫어
이해는 하는데 엄마 힘든게 내겐 더 고통스러워"
또다른 사과는 분명 사과의 분신 이였다
한그릇에 담겨져 있는
오래전 이미 일어 났던 일이 생각나
사과는 입안가득 밥알이 눈물같이 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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