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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억합니다 겨울날 햇살 깊숙이 들어 오는 윗풍 쎈 서향집 안방에 누워 바라보았던 미닫이 창호문에 이쁘고 따스했던 노란국화꽃잎과 국화잎파리를 기억합니다 눈이 소복이 쌓인 이른새벽 아래뜸 큰댁에 설쇠러 가는길에 엄마는 막내 업으시고 올망졸망 사남매 아버지의 큰 발자..
겨울바람은 러시아 민요처럼 무겁다 동글게 동글게 가라앉다가 회색빛 겨울호숫가 수초의 여린몸을 간지른다 살짝 언 바람이 폐부를 찌른다 폐부에 숭숭 찔린 구멍으로 아픈 마음이 지난다 바람은 아무렇지 않게 나와 상관없다는듯 아픈마음곁을 스친다 더 상처 안나게 하는게 다행이..
꿈꾸듯이 아련한 기억너머에서 나는 서성인다 채 네살도 안되는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 볼은 통통하고 눈웃음을 치는 아이 곱슬머리 뒤로 묶은 뒤통수가 이쁜아이 색동양말사이 볼록 올라온 발등이 구여운아이 조심성 많은 일곱살 남자아이 누이동생 넘어질라 온 힘이 고조배기에 다 ..
정월에 무전여행을 다녀 왔다 새로산 운동화를 신고 낯선동네를 물어 물어 걸으며 외로움과 동행 했었다 2박3일 다녀와 양쪽 엄지발톱이 들떠 흔들거렸다 며칠 치료를 하고 딱지가 아물고 아린 통증도 무디어 갔지만 검은 멍이 짙게 들었다 흉측한 그빛깔이 내내 가슴속 찌꺼기 인양 보..
네살손자가 얇사한 핑크빛 꽃잎을 가리키며 팬지. 팬지.. 한다 팬지 아니구 철쭉이야 길가로 쭉 이어진 꽃들을 보며 나는 철쭉 나는 철쭉 꽃길에서 그애는 깨금발 치며 철쭉과 하나가 된다 가만보니 철쭉도 아닌 연산홍이다 어차피 넌 이미 철쭉이 되어 있는거 아직 작은 네마음에 드넓은..
이월은 아침처럼하늘빛이 시리게 파랗고 모든전경들이 선명하다 또렷하고 맑은기운팔랑거리는 겨울의 끝자락떨쳐 버리려패딩점퍼속 꿈틀거리는연분홍 봄빛을 가득 품은채산에 오른다 아직은 볼때기 얼얼한 이른아침의 산!묵묵한 소나무줄기가 아직도 얼어있고고개를 치켜든 하늘꼭대..
잎새 하나 걸린 앙상한 나뭇길을 달려가요 잿빛하늘은 상상으로 투명해 붉었던 지난 계절은 언제인듯 기세 좋은 강원도 풍광이 찬바람에 떨고 있는데 수십년 세월 포개고 앉아 어릴적 기억놀이 술술 풀어내곤 웃음소리 조차 닮은 동기간들 따스한 어머니미소가 차 안을 덮힐때 꿈결같이..
또르르 말아 들어간 꽃잎이펴지는 시간은 풀잎에 맺힌 이슬 아침햇살이 마셔 버린 때쯤 사그라졌던 진통이 시작되고 용서할수 없었던 사람 팽팽한 미움이 커질수록짙어지는 보라빛으로 암울했던 날들 유월의 태양그 빛에 데인 화상이 아름답던 색깔로 남고 또르르 말아 들어 가버린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