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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사내의 이름도 아닌어느동네에 흐르는 시냇물도 아닌우리동네 공원 울타리강추위 세상 꽁꽁 얼어 고요해도 내린 눈 함박 이고비껴 보이는 붉은 살결 고왔다녹은눈이 살얼음되어가시처럼 박혀 있어도처연한 단풍빛 작은잎새 꼿꼿했다놓고 멀리 가야한다 남천에게 말한다봄이 왔어..
11월의 소묘 뒷산 소나무 사이 늦단풍이 보일듯 말 듯 무궁의 초록색과 찰나의 붉은색 농담 (濃淡) 없는 명쾌한 어울림 짧은 만남을 뒤로 지금은 떠나야 할 때 이파리 다 내려 놓은 가지에 가을이 데롱거 린다 농담 ~ 색채의 명암 따위의 짙고 옅은 정도
서늘한 바람 한 줌에 성성했던 초록 그 빛을 잃어갈 때 빛 바랜 풀섶 아래 눈부신 어린 새순들 또렷이 맑은 그들의 아우성 간밤 찔끔거리며 내리던 찬비 다 맞고도 서럽지 않은 듯 철이 진 저들의 초록함성에 질주하며 달려 온 가을도 멈칫 귀기우린다 9월28일
이 좋은 가을날햇살은 점점 창안으로 스물거리고탁자위 집안먼지까지 다 먹어버린건 공기, 바람, 햇빛, 누굴까?찌드렀던 내 몸까지깨끗해졌다면손가락 발가락 사이 몸통 엉덩이 심장, 뇌까지 시원함 청량감으로 후련해졌다면고맙다 해야겠지사랑하는 사람,사랑했던 사람맑은하늘속에 ..
그라나다에서의 첫발은 쏟아지는 은빛햇살을 이고 있는 오렌지 가로수길. 내딛는 발자욱마다 먼 먼날 거기 그거리가 살아 숨쉰다 짙푸른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사이 오래된 붉은성벽, 헤네날리페 정원 만발한 오월의 장미꽃잎 위에 사뿐사뿐 나비처럼 꿈꾸듯이 색실로 엮어 수를 놓은듯 ..
산이 우는 소리그건 바람이 내는 소리 아니다막 움튼 새순잎 달고 애처러워 떨고 있는 잔가지들이 내는 비명이다온 산을 뒤덮은 진달래꽃, 벗꽃들이 더러는 모가지채 댕강나 아무렇게나 뒹구는 그들의처절한 절규다바람의 골따라잦아들다 휘몰아 치는 저 생명들의 울부짖음산 전체를 흔..
매일 가는 산길코끝 쎄한 바람이 등을 민다허연입김 깔닥고개 산마루에 서릴때홀가분해진 머리 속떡갈잎 발밑에 모으고 즈려 밟고 노래한다가느다란 손끝 떨림으로 화답하는 겨울나무에게바람 한잎 구름 한조각을 덮어주고 내려 오는길 ~ 2017년 정월에~
첫눈이 와요 부산스런 마음속으로 마구마구 내리네요 아침설거지 뒤로 미루고 일상의 모든일 접어 놓고 창밖에서 부르는 소리 들려 달려 가요 나도 세상도 저 무질서하게 떨어지는 하얀조각들에게 부서지고 깨지고 아프네요 곧 없어져 버리는 조각들처럼 하얗게 지워버려요 우리 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