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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산은 귀밑까지 확확 달아 오르는 갱년기 나무등걸 타고 호르르 타고 있는 담쟁이나 까치발 치켜 올려 건들여 보고픈 저들중에 가장 선명한 붉은단풍 한잎이나 경계가 허물어진 온통 불바다를 이룬 건너편 산등선이나 지나온 세월 잘 견디어 온 징표이니 이 계절엔 되지 말자 아직..
팔월 땡볕이 쇠하였다 빌빌대는 잡풀들 사이로 바람이 누웠다 목청 좋은 메미가 악을 쓰는데 따라 목청 돋우다 곧 떠난다는 것을 알지만 너덜대는 마음밭 추스리지 못해 여름 귀퉁이에 서서 운다 되돌릴수 없는 봄날이 혹시나 또 올까봐 쉬지 않고 운다 늙어 가는 여름에 고 한다 2016년 8..
아롱아롱 깨어나는 봄그림자 따라새벽비 젖은 튠호숫가 마을을 지날때하늘언저리로 데려갈 협괘열차를 타고덜컹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을때공중낙하하는 흰물줄기의 놀라운 광경에 소름끼칠 정도로 짜릿함을 느낄때빙하지대, 흰눈이 반쯤 벗겨진 바위, 초록잔디막 잎새를 티운 나무. 무..
햇빛이 잔별처럼 내려 앉는다 새모습 지으려 칙칙한 알갱이 체로 걸러내고 하늘아래,땅위 거기 새롭게 반짝인다 분명 봄은 천천히 오며 흐리다 비오다 반복 하는 사이 점점 자라는 아기 몸집에 맞추어 찢어지는 고통을 감내하는 엄마의 자궁속 어둠 가득한 밀실 내공의 시간들 아무일도 ..
빗물을 머금은 산을 오른다 검은나무들이 묵묵히 열병을 한다 간밤 때아닌 사월 강풍에 죽어 있었던 허연 고사목이 길바닥에 쓰러져 있다 부풀은 송화를 단채 여린솔가지가 꺽여 흩어져 있다 팔 다리 잘린 부상병들 아프다 아우성 친다 산길 안쪽엔 오래된 슬픔들이 바위에 기대어 있고 ..
남향집 거실창 밖으로 짧아진 햇빛 타고 졸음섞인 바람이 살캉대길래 빼꼼히 창밖으로 얼굴 내밀다 발코니끝 난간에 앉아 있던 직박구리검은눈동자와 딱 마주쳤다 놀라 고추선 목덜미 안전부절하다 멈추고 가만히 나를 응시한다 이쁘지도 않은 거무퇴퇴한 그몰골이나 빗지도 않은 부시..
사월이 오기전 우체국앞 굵은 목련나무 가지마다 가득 초를 꽂고 심지를 돋우며 촛불잔치할 준비를 마쳤다 가신지 첫번째 봄이 왔다 생계를 책임지고 동동 거리시던 육십일세때에 아들이 해준 한복 한벌 고이 모셔두시더니 엄동설한에 그 하얀세모시 입으시고 샤르르 떨리던 내 심장속 ..
잿빛구름이 밀려와 아프다는걸 알려 왔다 장례식장 특실9호실 넓은창 가득 틈새없는 밀실에 갇힌 옹기종기 모여 앉은 피붙이들 맘과는 다르게 왁자한 문상객들의 웃음소리 성난바람 이 동짓달 얼어붙은 얼얼한 육신을 마구 때린다 꽁꽁 묶어둔 비밀자루 풀리듯 시원스레 쏟아지는 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