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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붉은 단풍 갑사 안마당 뜰에 행락객 들의 옷차림으로 빼곡히 내려 앉을 즈음 국화향으로 길을 낸 대웅전으로 들어서면 꽂향기 만큼 지극한 불공드리는 어머니들 갈구하는 진지한 염불소리 우렁찰때 자깔자깔 수학여행 온 초등생들 호기심 구르며 법당안을 기웃거리다 "부처님 옷..
베란다 밖 불 붙은 단풍나무 구탱이 작은불씨 점점 옮겨 번지더니 온 나무 다 타고 있다 바라만 보아도 두근두근 끝간데 없는 붉음의 도취 타는 가슴 가을 소낙비에 적시어 보아도 꺼지지 않던 그대 향한 불놀이 문닫은 창문 저 너머에 아직도 어른거리는 첫사랑
한모금 잎새를 마신다 일회용 티백녹차에 펄펄 끓는 내마음을 붓는다 놓지 못하는 인연처럼 길게 메달려 내안에 담긴 너를 오월의 아침 풀빛으로 흔들어 깨운다 유리창 너머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어둔 그림자도 반짝이는 순한 햇빛에 씻기우고 간절한 기도 비로소 하나 될때 깃털같이 ..
한그릇에 담긴 사과2개 사과 한개의 생각은 배불러 친정 다니러 온 또다른 사과에게 칠월의 뙤약볕도 마다 않고 바리바리 먹을거 장봐다 가스불 훌훌 넘실대는 주방에서 맛있게 먹어 주는 기대를 갖고 더위를 삭힌다 또다른 사과는 방학시작과 동시에 볼록한 배에 지 몸무게와 맘먹는 가..
마른장마 낮은 구름사이 간간히 햇빛도 보였다바람도 없는 짖눌린 한낮목덜미로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내도 끈적한 그날은 남는다 황금빛 나는 마른보릿대바깥마당에 수북이 쌓이고미끈미끈한 보릿대 가슴팍 한아름 안고헛간에 작은 수고 쌓아 놓는다 땀범벅된 몸뚱아리 닦을새 없이 ..
바람꽃 만나러 가는 길 햇빛이 눈부셔선뜻손 안에 커피잔 온기를내려 놓고 나선길 코 끝 시린 찬바람에 춘삼월 꽃들이 그렇듯가녀린 모가지와불쌍해 보이는 꽃잎을 흔들거릴줄 빳빳한 고개 쳐들고도도한 이목구비로부신 흰빛을 띠며 웃고 있다 지나간 그녀의 과거를 묻지 말자둥근 꽃..
거기그 산에 오르려 했는데 등산로 입구 에서하얀입김 호호 불다 말았지 그깟 추위를 우습게 보고미쳐 준비 못한 아이젠 탓하랴호기만 앞세우고 몇걸음 떼다가 "여보슈 그냥 오르기는 무리라오 저 위에는 꽝꽝 얼어 꼼짝도 못할거유 포기 하시오" 하얀 눈위에 소롯한 아름다운 저길을얼..
대청호 억새 바람타고 사그락 바랜빛 들판 가로질러 늙은 모녀 머리위에서 빛날때 두마음도 사그락 사그락 길도 아닌 논두렁 밭두렁 지나 유홍초 불타는 언덕을 지나 하늘 간 저들이 그리는 이 생전 모습들 새록새록 살려 꽃잎 같은 그리움을 이 갈녁에 흩뿌린다 가을 고운빛따라 지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