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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도 이빨로도 떼어 놓을수 없는 질긴 창자 끝트머리 너를 달고 살아 왔지 날선 칼날이 번득이며 떼어 놓으려 한다 그 어떠한 것들도 분리 할수 없음을 내가 먹는 밥알 하나로 너를 키워 왔고 내가 생각하는 그 모든것으로 너를 만들었다 떨어지려 포악떨며 대들기도 했고 그..
11월의 소경 뜰앞 소나무 솔가지 사이 늦단풍이 보일듯 말듯 잿빛 하늘 귀퉁이 걸터 앉은 햇살받아 그빛 오묘히 맑다 무궁한 푸른빛과 명 짧은 붉은빛 오래된농담 같은 어울림 단풍잎파리 다 내려 놓은 뭇가지에 가을이 대롱거린다 (2011년 11월 7일 니나가 쓰다)
그저 붉기만 했겠어? 푸른때는 갔고 얼룩덜룩 염증으로 벌게 있는데 성난불길 잠재우는 찬바람 불어 꺼져버린 몸뚱아리 타다만 생살 위로 스며드는 검붉은 썩은피 오장육부 삭아서 내는 붉은 빛깔 이였으면 진혼곡이라도 불러주련만. (2011,11,3일 창작)
껍질 없는 매끈한 줄기에 고사리손 으로 살살 간지럼을 태운다 미동도 없는 순거짓말 쟁이 올려다본 하늘 무심한 뭉게구름 파란여름빛이 눈부셔 흐르는 땀 방울 연신 훔치며 애타는 어린마음 간지럼나무에 태운다 작은잎새에 이는 떨림이 구부러진 어린가지 등걸 타고 흐른다 핑크빛 웃음보따리가 ..
삼월에 꽃이 지다 올 삼월에 햋빛 울럴증이 도졌다 배가 지붕위에 닻을 내리고 물이 사람들의 모든 것을 먹어버린 안되면 제성질 다 드러내며 뭉그려 트린 어린아이처럼 거대한 쓰나미가 그랬다 휘감아 도는 물길따라 휩쓸려간 복수초, 노루귀, 깽깽이꽃, 바람꽃 초봄의 가녀린 그들의 함성이 슬프다 ..
눈이 올것 같아 투명함이 그리워 옷 소매 끝으로 흐려진 유리창을 문질러 본다 나아진것 없다 입김으로 손가락 끝에 힘을주어 닦아 보아도 구멍난 바깥세상은 어긋난 회색빛뿐 가장자리 엉켜 얼어붙은 차거운 앙금들을 긁어내야 속이 시원할것 같아 손톱을 세워 피가 나도록 지우려 애쓸수록 일그러..
억새꽃도 지고 서리맞은 삭정이 엉겨붙어 있는 들판에 코끝 마른 사슴처럼 긴모가지 빼고 낭창한 허리로 간드러지게 바람을 유혹한다 핏기 잃은 허연 낮짝으론 아무 소용없는일 창창했던 지난날 바람과 나누던 무수한 밀어들 타닥타닥 타는 저녁노을에 불살라 나폴나폴 떨어지는 서러움일랑 어둠속..
가을에 성질 급한 친구가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다가와 어느새 떠날 준비를 합니다 보내기 아쉬워 풀벌레 마냥 밤새 울어 보기도 했답니다 그친구는 참 대단합니다 높은하늘 알맞은 해길이로 떫은열매 골고루 익게 하고 단맛을 스미게도 합니다 적당한 수분조절로 푸른옷에 오색옷을 입히더니 이제 ..